2023. 12. 28. 16:31ㆍSCAN/Magazine
WE LOVE YOU, KEY.
너의 말, 너의 취향, 너의 관점 보고 싶고 듣고 싶었어. 16년째 독립과 타협이라는 맹점 사이에서 경이로울 만큼 냉정한 대중을 품고 아이코닉한 존재가 되어 세상에 안전을 주는 너의 비결이, 진심으로 알고 싶었어.
실로 오랜만이다. <데이즈드>나 우리나.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그리고 늘 응원했다.
첫 개인 화보를 찍은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화보를 찍을 때 마다 끓어오르는 마음이 있다. 단체를 떠나 혼자 뭔가를 하게 해준, 우리 팬들도 좋아하는 콘텐츠이고, 타 매체와 다른 결을 가지려고 하는 것도 내가 활동 하면서 느끼는 철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섭외는 늘 반갑다. 잘 보고 있었고, 섭외에 항상 의외성이 있어 더 흥미로웠다.
요즘은 무엇에 꽂혀 있나. 옷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사람이든 세상사든.
문화 쪽은 항상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보거나 방문하거나 경험한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이는 걸로 따지자면 록 시크나 포멀한 쪽에도 빠졌고, 한때는 점잖게 가 보기도 했다. 중간에 럭셔리 카테고리에 빠졌을 때가 있었지만 요즘은 되도록 대학생이나 사회에서 활동하는 20대 사람이 닿을 법한 옷에 매료되어 있다. 실험적인 스타일은 무대에서 많이 풀 수 있기 때문에 양면을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또 나중에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쇼핑할 시간이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 행사 때 빈티지 숍도 지나가며 본 거 말고는 거의 쇼핑할 일이 없었다. 여유가 된다면 다시 옷에 흠뻑 빠지게 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최근작 ‘Good & Great’도 음악부터 콘셉트, M/V까지 키다웠고, 좋았다.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정확한 방향성이 있다. 30대 솔로 가수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갈증 같은 것이 이전 앨범에서 해결되어 이제는 좀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Good & Great’라는 노래를 고르고, 콘셉트도 정했다. 요즘 지쳐 있는 분도 많고, 모두가 자신만의 오피스를 갖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전투적인 노래만 해와서 그동안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있었다. ‘키에게 이런 노래도 있어야지’ 생각했다.
2023년은 샤이니 데뷔 15주년이었다. 당신에겐 샤이니가 전부겠다.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처음 샤이니를 시작할 때에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는 어떤 팀일까’라는 고뇌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거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시었던 마음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 15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에게는 10대부터 30대까지 함께한 거니 엄청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와 있는 것 같다. 내가 상상하는 대로, 앞으로도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은 한다. 10주년 때는 마냥 신기했는데 지금은 새삼스럽게 뭐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앨범도 내고 같이 활동하고, 방송도 하고,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있지 않을까 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마음만 열려 있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K-팝이 정말 찬란하게 성장했다. 감회가 어떤가.
K-팝 성장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예전에도 해외 활동을 했지만 음반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가 같은 시간에 들을 수 있지는 않았다. 해외 투어를 가서 그 나라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한번 해야지 인기를 얻는 시대도 거쳤고, 이제는 유튜브 릴리즈를 당연시하게 됐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 지금 여기까지 왔다. 기쁜 일이다. 내가 가진 큰 장점은 디지털을 중시 여기지만 피지컬적인 앨범이나 아날로그적 단단함이 절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닿느냐 안 닿느냐의 문제는 정말 크기 때문에 나는 그 중요함을 앞으로도 잃지 않을 거다.
긍정 마인드와 소신 발언 등 재치 있고 겸손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당신을 한층 아이코닉하게 만들었다.
항상 이렇게 얘기해 온 사람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대외적으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느낀 것 같다.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평소 만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걸 이제 말로 어떻게 잘 꿸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내일은 이 말을 해야지 하고 던진 건 아니지만 보는 게 많은 것과 생각할 일이 많은 것, 그것이 바탕이 돼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당신은 스스로를 꾸밀 줄 아는 아티스트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본능이 오늘날 뮤지션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면서도 독립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어필할 줄도 안다. 이미지를 만들 때 대중성과 창의성, 상업성과 자신의 본능 사이에서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가.
창의가 무조건 1번이 되면 안 되는 것 같다. 내 맘대로 만들면 업계 안에서는 신선하다, 빠르다고 여겨질 수 있어도 그것을 실제 소비하는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면 거부감이 생길 거다. 그러면 창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타협이 필요한데, 물론 내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대중성이라는 말에 대한 두려움도 좀 있고, 대중적이라는 말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그 농도도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 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기쁘다고 느낄지, 하는 부분에서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을 받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기뻐하게 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만들고 갖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에 기반을 두고자 한다. 당연히 내가 원하는 것을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BAD LOVE’는 내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 솔로 앨범 냈을 때보다도 ‘BAD LOVE’는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나답고도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게,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다 충족시켜 보자고 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가장 찡해지는 내 자식 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미술관도 가고, 와인 바도 가서 크리틱도 해보고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접시의 색감, 와인의 라벨 이런 거마저 보게 된다. 그러다가 딱! 느낄 수 있는 것을 믿는다. 내 안에 없는 무언가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1970~1980년대 컬처를 사랑하고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굉장히 너드 같다고 느낄 정도로 공상과학도 좋아했고, 잘 짜인 것보다는 B급 감성을 좋아한 적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과 동시대가 주는 새로운 영감을 잘 합치는 것. 영감은 모든 곳에서 받는다.
한곳에서, 그것도 대중 앞에 서는 아티스트로서 16년을 지켜왔다니, 대단히 긴 시간이다. 존경한다.
혼자 하는 활동에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을 때, 사실 나 늘 이러게 하고 싶었는데, 늘 이렇게 할 줄 알았는데,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시점이 좀 더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뭐가 됐든 전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순 없을 거다. 내가 지켜본 여러 가지 노하우나 대중의 흐름 이런 것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없었다면 어떤 실수가 일어났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달리는 속도가 다 다르다는 말, 사실 같다. 때라는 게 있지 싶다. 그 과정이 지금의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기범과 키는 어떻게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가.
아이러니한 게 오히려 키일 때는 김기범같이 보이려고 하고, 김기범일 때는 키같이 보이려고 하는 묘한 심리가 있다. 나는 무슨 척을 할 줄도 모르고, 그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포인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키일 때는 최대한 김기범으로 느낄 수 있는 내 생각과 재미난 점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크고, 키가 키일 때는 노래하고 있는 순간 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김기범일 때 실수하지 말아야지, 누가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연예인이랍시고 함부로 행동하거나 예의 없지 않게 많은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다. 김기범일 때 더 조심스럽다.
돌이켜보면 난 지금의 당신 시기가 가장 행복했다. 뭐든 만나고 뭐든 즐기고 뭐든 최선을 다했다. 지금의 당신에게도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 닿아도 되나? 싶은 지점에 닿아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도. 그렇다면 나를 좋아하는 팬과 대중에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뭐지? 그들에게 더 무엇을 보여줘야 하지? 고민이 깊다. 방송에서도 그렇다. 물론 우연한 계기인데, 〈놀토〉(〈놀라운 토요일〉)도 가사 잘 맞추는 걸로 시작했다가 다 같이 잘하게 됐을 때는 내가 군대를 갔다 온 서사도 생겼고, 그러고 나서 지금 〈놀토〉 안에서는 또 춤을 추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이런 식으로 단계 단계 성장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덜 지루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무슨 취미를 개발할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 물론 요리라는 아주 귀한 나의 취미가 있지만, 더 발견하고 싶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무한하고 찬란할 거다. 당신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내년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뭔가 나이에 맞게 형태를 바꿔야 하는 그 지점이 분명히 올 거다. 분명 올 텐데 확 꺾이는 게 아니라 그 지점을 내가 꺾는 게 아니라 점점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를 20대로 봐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갈망은 하나도 없다. 이 나이대 이 사람이 하는 말이나 음악이 설득력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마지막은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나이에 맞게 무언가를 계속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나중에 그 지점에 갔을 때 기품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목표다. 사람들은 나의 자연스러움을 보고 싶어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김기범으로도, 키로도.
오랜만에 보니 어땠나. 여전히 나는 나고, 〈데이즈드〉는 〈데이즈드〉고, 당신은 당신인가.
진짜 똑같다. 아직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정말 많은 음악과 영화에 대한 확고한 취향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살아가는 방식마저도 똑같은데 이제 나이가 가져야 할 성장 정도가 더해진 느낌?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2024년의 자신에게.
나 자신도 그렇고, 많은 분이 치열하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질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미 세상은 너무 힘들고, 모든 것에는 괴로움 70%, 즐거움 30%일 거고 우리는 어찌 됐건 그 30%를 위해 사는 건데 말이다. 뻔하지만 건강! 내 건강도 물론 중요한데 다른 사람 건강도 잘 챙겨주는 한 해가 됐으면.
Text Guiom Lee
Fashion Kim Wook
Editor Han Jiyong
Phtography Kim Sunhye
Art Joung Minjae
Hair Lee Dongmin at BLOW
Makeup Hyun Yu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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