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2. 22:32ㆍSCAN/Magazine
‘키’가 가진 열쇠
‘키’가 건네는 세상을 향한 열쇠.
요즘 ‘레트로 스페이스(Retro Space)’란 키워드에 꽂혀 있죠?
레트로가 메가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제게 내장돼 있었어요. 그 문화를 오래 동경해서 언젠가 내 방식으로 실현하고 싶었죠. 9월 말에 발매하는 앨범 <BAD LOVE>에서 실천하는 중이에요. 키만의 키치하고 신선한 레트로 스페이스!
티저 이미지도 밀가루 반죽이 녹은 듯한 우주 괴물이네요.
앨범 커버는 <혹성탈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90년대 <007> 시리즈의 요소가 섞여 있어요. 어린 시절 우리가 좋아한 SF 외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말도 안 되는 옷감으로 만든 우주복, 영화에서 다소 엉성하게 지구를 파괴하던 괴수들…
자료 수집은 어떻게 했나요?
실물 앨범 케이스를 문방구에 걸린 피규어 포장처럼 하려고요. 그래서 예전 장난감도 찾아보고, 앨범 커버의 타이포그래피는 전설적인 록 밴드의 핸드 드로잉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레이아웃은 고전 외화 포스터를 참고했어요.
<I Wanna Be>, <Hologram>, <FACE> 모두 앨범 그래픽이 인상적이에요. 커버, 부클릿 등을 디자인할 때 고수하는 기준이 있나요?
이전 앨범은 전문가나 직원들의 투표를 많이 참고했어요. 하지만 <BAD LOVE>는 ‘레트로 스페이스’란 키워드부터 제게서 나왔기에 확실히 전보다 제 색깔을 넣고 싶었어요. 어쨌거나 제가 디자인을 고르는 기준은 CD가 일종의 기념품이어야 한다는 거죠. 수집하고 싶고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언제든 살 수 있기보다는 시즈널한 느낌도 강한 앨범을 원해요. 굿즈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아트워크 같은 앨범?
그래요. 아트북 사는 사람들은 그걸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소유한다는 기쁨이 크잖아요. 제 앨범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2018년 정규 1집 <FACE>부터 싱글까지 쭉 들어보면 공통된 뭔가가 있어요. ‘영 앤 리치’가 드라이브하는 느낌이랄까. 키 앨범에서 가져가려는 큰 틀은 뭔가요?
사실 수록곡 고르기가 가장 쉬워요. 내가 좋아하는 곡을 넣으면 되니까. 록이나 아메리칸 팝을 굉장히 좋아하긴 해요. 또 적절한 용어로 설명할 말을 찾기가 힘든데… 아마 나 자신이자 내 취향이겠죠? ‘BAD LOVE’는 우여곡절이 좀 있었죠. 직원들 투표와 내 의견이 갈렸거든요. 하지만 나를 더 믿기로 했어요.
인터뷰를 보면 “대중을 파악하는 것도 중시한다. 내 취향이 아닌 곡이라도 차트 상위권이라면 이유가 있다”고도 했죠. 자신과 대중 간의 줄타기는 어떻게 하나요?
샤이니 활동만 해도 100% 내 취향일 수 없어요. 솔로 앨범도 마찬가지죠. 여러 면을 고민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안 하면 후회할 거 같았어요.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음악적으론 별로 못 보여드렸잖아요. 키가 강렬하고 컨셉추얼한 것에 강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에센셜 키’랄까요.
앨범 작업에서 인상적인 순간은요?
진짜 처음인데요. ‘BAD LOVE’ 뮤직비디오 촬영 끝나고 울었어요. 데뷔 ‘뮤비’ 때도 안 그랬는데. 이번 앨범이 치열하긴 했나 봐요. 시간, 예산 문제도 있고 뮤비 시놉은 엎어지고, 사람들과 의견 차이도 있고… 드라마가 꽤 있었죠. 뮤비 촬영이 끝나니까 그 순간이 쫙 지나가면서 복잡 미묘했어요.
원래 잘 안 울어요?
다른 때는 많이 우는데 앨범 작업할 때 그런 적은 없거든요.
컴백을 앞두고 심경이 많이 바뀌나요?
떨리죠. 일을 안 할 때가 없긴 한데 컴백 전엔 더 여유가 없어요.
평소에도 쉬지 않는 편인가요?
항상 뭔가를 구상하거든요. 사업 구상이 아니라 <뮤직뱅크>에서 뭐 입을지, 방송 나가서 뭐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성격이에요.
바쁘면 주변에 기대거나 타협할 수 있는데, 주체적으로 하고 싶군요.
주체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더 그럴까요? 열여덟 살보단(샤이니로 데뷔하던 당시 나이) 지금 더 많이 아니까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고, “아니에요”라고 말할 용기도 생겼죠. 흐름도 바뀌어서 나를 더 많이 드러내야 좋은 셀프 마케팅 시대가 됐고요. 아직 모르는 것도 많아요. 몇 달 전에 ‘Don’t Call Me’로 활동하다 “키가 춤추고 노래하는 거 좋아하는구나”란 얘기 듣고 충격 먹었어요.
데뷔한 지 13년이 넘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중간에 군대도 다녀와서인지 대중에게 노래하는 키가 생소했나 봐요.
그 말 때문에 나의 현재를 또 한 번 알게 됐죠.
“어디서든 영감을 얻는다”고 했죠. 그중 예술에 관심이 높고요.
예술 관련된 거는 관심이 생기는 순간 편견 없이 찾아가봐요. 발레, 뮤지컬, 갤러리, 뭐든 직접 가죠. 와인 바나 레스토랑도 그래요. 음식, 색감, 음악 등을 느끼면 서 ‘사람들은 이런 걸 많이 찾는구나’ 실감하고 아이디어도 얻어요.
최근에 영감을 준 풍경은?
앨범 준비하면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다시 봤어요. 진짜 천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설치미술 작품은 우주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화성을 그려내는 데 영감을 줬죠.
세상의 멋진 창작물을 보면 ‘나도 저런 걸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란 생각이 들죠?
한동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했어요. 반복은 있을지언정 뒤통수를 칠 엄청난 것이 나올까. 그럼 난 어디에서 영감을 얻지? 지금은 아니에요. 그리고 완성도를 논하기 전에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가 중요해요. 모나리자를 현대 기술로 다시 비슷하게 그릴 수 있겠죠. 하지만 원작만 위대하잖아요. ‘모나리자처럼 그릴 거야, 마이클 잭슨처럼 될 거야’ 같은 시대는 끝났어요. 내 영혼을 한 방울 떨어트려서 재창조해야죠.
그러고 보면 가수들에게 ‘휴식기’란 표현도 옛말이네요. 앨범 발매와 상관없이 꾸준히 방송하고, 유튜브나 SNS에 계속 노출하는 게 중요해졌어요.
활동 초창기에 1~2년 음악 방송을 쉰 적 있어요. 해외 활동을 병행했지만요. 지금은 인스타, 쇼츠,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장난 아니게 많아요. 잦은 노출이 당연한 시대라 조금 쉬면 긴 공백처럼 느껴지죠. 제가 유튜브를 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타인의 채널에라도 자주 출연해요. 이런 셀프 마케팅이 가져다준 일도 많거든요. 저도 공부하는 중이에요.
자기 취향을 노출해서 명성과 일을 끌어내는 시대죠.
이전엔 방송에서 어떤 사실을 얘기하면 한 바퀴 돌아야 대중이 알았거든요. 지금은 사진 몇 장만으로 단번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릴 수 있어요. 키가 옷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땐 인스타가 없었거든요.
여기서 또 한 번 세상이 변한다 해도 키는 적응할 거 같아요.
연예인 안 했어도 뭐든 했을 거 같아요. 유튜버?
구독자 100만 찍었을걸요.
시대 흐름을 공부한다고 했지만, 그냥 제 성향이 이런 걸 좋아하나 봐요.
키는 “‘드러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집에서 고독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죠.
예전엔 시간만 나면 나갔어요. 옷을 사든, 피부과를 가든, 친구를 만나든. 이젠 집 정리하고 강아지 돌보는 시간이 좋아요. 저는 ‘고독의 즐거움’이라 표현하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좋지만 1~2시간 지나면 ‘언제 가지?’ 싶어요. 하하.
언제부터 변했나요?
혼자 살면서부터니까 4~5년 전부터? 요즘은 하루 내내 누워만 있을 수도 있어요. 누워서 ‘나 괜찮은 거지, 나 이렇게 하면 될까’ 별생각 다 하고요.
혼자 있을 때 나를 타자화해서 대화 많이 하죠?
그런 편이죠. 애매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너 하고 싶어? 안 하고 싶어? 딱 정해. 유명해서 하는 거면 하지 마, 억지로 하는 거면 하지 마”라고 다그쳐요.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 게 아직 어색하지만 계속해보려고요.
환경에도 관심 많죠?
현 상황이 충격이에요.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이라 아예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없지만 최대한 멀리해요. 알맹상점(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가게)에 간 사진도 인스타에 올렸어요. 그걸 본 누군가가 좋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해서요. 환경과 관련한 구상도 하고 있는데, 제가 무죄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워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했어요.
제 캐릭터로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이 되고 싶죠. 그것이 어느 분야든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었으면 해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특정 시대로 갈 수 있는 택시가 있다면?
안 가본 곳도 좋겠지만, 지금 이때를 택할래요. 나이가 들면 지금의 과감함, 용기가 줄어들 것 같아요. 정보가 쌓일수록 용기가 줄더라고요.
주변에서 이런 말 많이 듣죠? “내 주변에서 네 행복도가 제일 높다.”
그 말은 못 들어봤지만 “좋은 거 좋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재주는 부럽다”고 해요. 하하.
패션 에디터 손기호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박종하
스타일리스트 김욱
헤어 임정호(블로우)
메이크업 김주희
네일 임미성(브러쉬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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